굴욕적인 한일 군사협력 속에 커져만 가는 위험, 지금이라도 수렁에서 빠져 나와야한다

굴욕적인 한일 군사협력 속에 커져만 가는 위험,

지금이라도 수렁에서 빠져 나와야한다


2015.11.09



장면 하나. 

2015년 10월 20일 서울.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 참석한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자위대의 한반도 출병과 관련하여 “한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의 남쪽”임을 강조하여 자위대가 한국 정부의 의사와 상관없이 북한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일 수 있음을 주장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한반도에 대한 자위대의 공격을 공공연히 말한 것에 대해 한국 측은 항의는커녕 일본 방위상의 발언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감추는데 급급했으며, 상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공동보도문을 통해 “(한일) 양국이 지역 및 세계에 있어 많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며 국방교류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이틀 앞서 열린 일본 해상자위대의 관함식에는 이를 축하하기 위해 한국군이 참석하기도 하였다. 파견된 한국 대조영함의 수병들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국기를 나란히 게양한 다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탄 사열함 <구라마> 앞을 지나가며 거수경례를 올렸다. <구라마> 호에는 욱일승천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장면 둘.

3년 6개월 만의 한일 정상회담이 11월 2일 서울에서 열렸다. 과거사나 독도 문제, 특히나 박근혜 정부 스스로가 최대 현안이라고 했던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일본이 양보안을 내놓은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손을 내민 모양새로 출발한 회담이었다. 회담 결과, 우리 국민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일본의 재무장과 군국주의 부활에 대해서 한국 측은 입도 뻥끗하지 못했고, 위안부 문제는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는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는 불투명한 이야기 한 줄에 그쳤다.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 연내 해결에 사실상 양국이 합의한 것”이라 자찬했지만 일본으로 돌아간 아베는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다 끝난 얘기”라며 우리 국민의 속을 긁어 놓았다. 

이날 회담에서는 아베 총리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한 한국·미국·일본의 공동 대응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을 향해 중국과 미국의 대결시 미국의 편을 들라고 압박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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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들어 한일간 군사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넓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맞춰 그간 물밑으로 추진되던 한일 간의 군사협력이 거센 속도로 몰아치고 있는데, 여기서도 한국 정부는 굴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의 망언에 대해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반대 표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이명박 정권 시기 밀실 추진이 들통 나 무산됐던 한일 간의 군사정보교류협정,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진행하겠다는 눈치다. 


<미일 가이드라인>의 개정과 이에 따른 관련법규의 개정, 평화헌법 무력화 시도에 이르는 아베 정권에 움직임에 대해 한국 정부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대신 모른 척하거나 방조하는  입장을 지금껏 취해왔다.(지난 칼럼 <미ㆍ일 <가이드라인> 개정에 부쳐-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다> 참조) 이제 일본은 자국과 중국의 무력 충돌시 한국이 일본과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 역시도 모른 척 넘어갈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자위대와 보조를 함께 할 것인가.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광복 70년이 무색해지는, 안타깝고 굴욕스러운 현실이다.


이런 굴욕적인 한일 군사협력의 배후에는 물론 미국이 있다. 이제 공공연히 알려진 것처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서 핵심은 재무장을 통해 일본의 군사적 활동능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한미일 삼각동맹의 유기적인 구축으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ㆍ저지하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따라 아베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부활하고 있고, 동북아는 미일동맹의 작전지대가 되어 날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한국은 미일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속절없이 끌려가고 있다. 


지난 해 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한 한국군 작전권의 무기한 연기,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3자) 정보 공유 약정>의 체결로 인한 한·미·일 간의 군사정보 네트워크 형성, 한반도 내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사드(THAAD)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미국의 군사패권전략과 일본의 재무장에 대해 어떤 이견도 내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른 것이다. 


아시아에서 대중국봉쇄의 선봉장 노릇을 하는 일본과 미일동맹의 수행인 역할을 담보하는 한국.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일의 군사협력이 확대ㆍ심화되어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기능하는 것이 만족스러운 상황이겠으나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과 동북아에서의 긴장 고조는 치욕인 것을 넘어 생존을 위협받는 일이다. 


미국에겐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고 패권을 유지한다는 목표가, 일본에겐 2차 대전 패전국의 멍에를 벗고 보통국가로 다시 서겠다는 전망이 있을지 모르나, 한국이 이 위험천만한 전략을 통해 얻는 것은 굴욕과 위험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지금이라도 이 위험천만한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천명하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한일 군사협력을 즉각 중단하라. 이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이익을 위해 할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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