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전초기지로 전락하는 한반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대중국 전초기지로 전락하는 한반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2015.03.02



지난 1월 31일, 국방부는 용역 100여 명과 경찰 병력 800여 명을 동원하여 해군기지 군 관사 건립을 반대해오던 강정마을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강정주민의 동의가 없다면 결코 마을 내에 군 관사를 건설하지 않겠다던 국방부는 이렇게 스스로의 약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주민들의 절대 다수가 반대하더라도 반드시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

자국의 안보와 국익보다 중요한 미국의 군사적 목표


2007년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안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그 근거로 북한의 도발 억제, 해양영토 보호를 위한 기동전단 수용기지의 필요성, 남방해역 해상교통로 확보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군사분계선과 제주도와의 거리를 생각해봐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동전단의 수용기지 역시 한국군보다 미군의 기동전단이 사용할 기항지로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제주 해군기지가 한국의 안보와 국익을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요구에 따라 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줄곧 제기되었다. 실제로 기지 건설계획에 있어 주한미군 해군사령관의 요구에 따라 미 항공모함이 계류할 수 있도록 수심을 확보하고 접·이안 및 입·출항 시뮬레이션까지 실시한 것이 밝혀졌다. (장하나 국회의원실에서 공개한 제주 해군기지 공사시방서 내용.)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은 한국의 동의 없이 군사시설을 무상‧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구축함과 잠수함, 그리고 항공모함 정박까지 가능한 규모의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된다면 미국은 중국 및 대만해협에서 가장 가깝고도 규모가 큰 해군기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서 한국의 안보와 국익실현은 핑계일 뿐, 실상은 평화의 섬 제주가 미국의 해군전략에 편입되어 대(對)중국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군사적 목표를 위해 지역 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쫓아가며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대가로 한국이 얻게 되는 것은 심각한 안보위험이다. 미‧중간의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 함선이 사용하는 해군기지가 있는 탓에 제주가 중국의 중‧장거리 미사일의 공격대상 중 하나로 상정될 것이다. 대가와 비용이라고 보기엔 너무 위험천만한 결과인 것이다.


제주에서 평택까지. 서해안 일대가 미국의 전초기지로


미국의 군사적 목표에 따라 자국민의 안전과 국익이 바쳐진 곳은 비단 제주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의 주민들은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삶을 일구어왔던 땅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주한미군 재배치에 따른 미군기지 확장 건설이 그 이유였다. 제주 강정마을과 마찬가지로 평택의 주민들은 농성을 하며 철거에 맞섰지만 경찰과 용역, 군인 등 총 만 오천 여명이 동원된 군사작전 앞에 고향의 땅을 뺏겨야 했다. 


2006년 한‧미간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기로 합의한 이후 미국은 한반도의 안보를 넘어서 동북아 지역분쟁에 대응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 재편을 추진하였다. 애초의 휴전선에 집중되었던 병력을 서해안으로 분산‧배치하는 동시에 서해안 지대를 따라 무력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평택의 비극을 낳은 미 육‧해군 종합기지 건설 역시 이러한 미 전략의 일환이자 기반이었다. 평택에 미군 기지를 건설함으로서 미국은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와 병행하여 목포와 무안, 군산, 오산 등 서해 지역에 폭격장과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레이더와 공군력 등 중국을 견제하는 공격무력이 배치되었다. 이제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어 미군의 전략거점이 된다면 평택에서 제주까지 서해안 일대가 미국의 대중국 봉쇄의 전진기지로 되고 마는 것이다.


‘Pivot to Asia’

미국의 대중국 포위 vs 중국의 적극적 대응


21세기 들어 미국의 가장 큰 전략적 숙제는 ‘부상하는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에 있어 왔다. 중동 지역에서의 잇따른 군사‧외교적 실패와 2008년 금융공황으로 인한 경제위기로 세계 최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지위는 추락했던 반면 그사이 중국은 초고속 성장을 지속하면서 미국을 위협하는 이른바 ‘G2’의 반열에 올랐다. 더불어 중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했으며 자체 기술로 항공모함을 제작하는 등 군사적 역량도 급속도로 강화하였다. 중국의 부상이 막연한 우려가 아닌 실제적 현실로 등장한 것이다.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선언은 어찌 보면 한참 뒤늦은 천명이었다. 이후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동맹국의 결속을 도모하며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대한 안보 대응에 나섰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주변국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을 이용하여 태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지의 군사기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집단안보 조약 등을 통해 중국과 대립시키겠다는 전략을 추구하였다. 더불어 경제 분야에서도 중국을 배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한 동맹을 도모하는 중이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자국에 대한 봉쇄, 포위 전략으로 받아들여 방어태세를 갖추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첫 항공모함 취역에 이어 두 번째 항공모함 건조에 착수하였고, 독자적 기술로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나서는 등 첨단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미‧일 군사동맹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와 합동 해군훈련을 벌이는 등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러시아-인도 3국 외교장관회의 개최, 중남미 국가들과의 협력 증대를 통해 국제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떠오르는 중국을 막기 위한 미국의 적극적 포위 전략과 이를 뚫어내려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은 과거 미‧소간의 양극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때나 지금이나 한반도는 두 강대국 사이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긴박한 지역이다. 


사드 한국 배치 추진과 중국의 거센 반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드(THAAD, 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의 한국 내 배치 역시 마찬가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드는 날아오는 적군의 미사일을 40~150km의 고(高)고도에서 미사일로 격추한다는 미국의 무기체계로, 요격미사일과 미사일을 장착하는 발사대, 적 미사일을 탐지하는 이동식 레이더 등으로 구성된다. 사드 배치를 추진하는 측에서는 사드나 MD가 ‘방어적 무기’라고 주장하지만 상대방의 대응공격을 방어할 수 있기에 선제공격에 거리낌 없이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무서운 공격 무기’로 불리고 있으며, 미국 스스로도 MD의 필요성을 말할 때, 군사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사드의 한국 도입은 방어를 위한 체계 구축이 아니라 대중국 견제무기의 배치로 간주할 수 있다. 더욱이 사드 도입에 따라 최대 탐지범위가 2,000km에 달하는 고성능 X밴드 레이더가 한국에 배치될 경우 중국의 영토가 미국의 직접적인 감시망에 노출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드 도입을 두고 중국이 보이는 강력한 저항이 납득되는 것이다. 이미 작년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사드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 뒤로 작년 11월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국회 간담회에서 “사드는 결국 대중국용”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얼마 전 방한한 창완취완 중국 국방부장은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한중 관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한국에게 사드를 배치하지 말 것을 줄기차게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군사기지로 전락하는 한국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중국의 우려와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 정부는 사드의 한국 내 배치를 굽히지 않고 있다. “(사드 한국 배치를) 현재 한·미 양국간 비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미 한국 내 부지조사를 마쳤다” 등 미국 관리들의 연이은 발언들은 사드 배치 문제를 기정사실화 하겠다는 의지처럼 보이며, 한국 국방부 역시 한민구 장관이 “사드 배치를 하지 않겠다”고 확약하라는 국회의 요구를 거부하는 등 일방적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제주에서 평택까지 미국의 군사기지가 자리하고, 서해 일대에서 핵 항공모함이 동원된 군사훈련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두 열강 사이의 신냉전이 열화(烈化)할 수 있는 첨예한 장소다. 여기에다 중국이 우려하는 사드의 배치까지 이루어진다면 혹여나 미중간의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국이 자위권 차원에서 한국의 기지를 공격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하물며 작전권도 없는 이 나라 군대는 자국의 영토가 전쟁터로 돌변한다 하더라도 외국군의 심부름 노릇만 할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부터 90년 전, 식민의 비애를 ‘빼앗긴 들’로 비유했던 한 시인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까닭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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