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IA 고문 보고서 공개] 미국은 인권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미 CIA 고문 보고서 공개] 미국은 인권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2014-12-25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포함해 모든 체모를 깎아내고 나서, 옷을 모두 벗기고 불편할 정도로 낮은 온도의 흰 방에 집어넣은 다음, 매우 밝은 조명을 방 안에 켜고 매우 큰 소음 계속 듣도록 강요한다.”, “음식을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항문을 통해 물과 음식물을 주입한다.”, “대상자의 눈을 가린 채 총구를 대상자의 머리에 댄 뒤 대상자의 몸 가까운 곳에서 전동 드릴을 작동시킨다.”, “대상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눕힌 다음 고문 대상자가 얼굴로 떨어지는 물을 피하지 못하도록 얼굴이나 턱을 압박하고 물을 붓는다.”……



지난 12월 9일 공개된 CIA 고문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다. 2001년 부시 정부가 테러 용의자에 대한 구금과 새로운 심문 방법을 승인된 다음 CIA가 해외에서 운용한 9개의 비밀 구금시설에서 위와 같은 잔혹행위가 반복적으로 펼쳐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 상원이 자체적으로 발표한 이번 보고서가 ‘선진심문(enhanced interrogation) 프로그램’이란 명목 하에 그동안 CIA가 저지른 반인도적 행위의 실상을 가감 없이 담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입에 담기 어려울 만큼 잔혹한 인권침해가 미국과 CIA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은 공개된 보고서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보고서 공개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당사자인 미국은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 미 법무부는 보고서 공개 직후에도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어느 누구도 기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딕 체니 전부통령을 비롯해 CIA의 고문을 승인한 부시 행정부 때의 고위직들은 CIA가 한 짓을 고문이 아니라 범죄를 밝히기 위한 심문이라 변명하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이중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다른 나라에 대해서 인권문제를 정치화하고 개입을 주장하는 반면, 자신들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안보를 위한 정당한 행동이었다며 비난과 처벌을 비껴나가려 하는 것이다.


사실 자국의 범죄행위가 처벌될까 두려워 국제 형사재판소에 가입조차 하지 않은 미국에게 있어 인권이란 허울 좋은 명분, 편리한 이중잣대처럼 보인다. 그동안 미국은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미정권의 반인륜적 범죄 앞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반대로 자국의 이익에 방해가 되는 국가나 세력에게는 인권탄압을 이유로 간섭과 개입을, 심한 경우 전쟁까지 주문해왔다. 당장 올해에도 미국은 이슬람국가(IS)의 내전적 상황이 ‘인권 문제’라며 친미 이라크 정권을 구제하기 위해 공습을 개시한 바 있다.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법률과 처벌이 가혹하다며 상대를 인권탄압국가라 낙인찍는 반면, 자기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평화와 안보를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미국에게 인권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수단에 다름없다. 이번에 공개된 CIA 고문 보고서는 미국에게 인권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이중잣대를 두고 인권을 수단으로 삼는 일이라면 한국 정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 상정을 위해 대통령까지 발 벗고 나섰던 한국 정부는 미국의 고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인류 보편의 가치’이므로 북한의 인권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내정문제 불간섭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 아니라며 인권공세에 앞장 서온 한국 정부가, 이미 드러난 미국의 반인도적 인권침해 앞에서는 침묵만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인권이 보편적이고 단일한 잣대가 아니라 그때그때 다른 기준에 따라 입장을 취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건 자기 이익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미국은 매년 세계 각국의 인권 실태를 파악해 국무부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있고 다른 나라의 인권 침해를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이를 근거로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거나 전쟁을 펼치기까지 했다. 이번에 공개된 CIA 고문 보고서는 미국에게 그럴만한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준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인권문제를 빌미로 개입과 간섭에 나서기 전에 먼저 자신들의 과오를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끝-



TAGS.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