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권 환수 연기에 부쳐] 이완용, 이승만, 한민구, 윤병세

[작전권 환수 연기에 부쳐] 이완용, 이승만, 한민구, 윤병세


2014.12.09

1919년 2월, 당시 워싱턴에 머무르고 있던 이승만은 파리 강화회의에 참석하는 미국 대통령 윌슨에게 한국의 위임통치를 청원하였다. 한국은 당장 독립될 가망이 없고 또 독립된다고 하더라도 자치능력이 없으니 미국이 주관하여 국제연맹으로 하여금 한국을 당분간 통치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바로 다음 달부터 전국방방곡곡에서 분출될 우리 민중들의 독립의지와는 상관없는 독단이자 나라의 주권을 팔아먹는 매국적 행동이었다. 이런 이승만에게 단재 신채호 선생이 날린 통렬한 일갈은 유명하다. “이승만은 이완용보다도 더한 역적이다. 이완용은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이승만은 아직 나라를 찾기도 전에 팔아먹으려 한다.” 


이와 비슷한 참담한 일이 한 세기 가량 지나 반복됐다. 장소는 역시 같은 워싱턴이다. 지난 10월 23일 펜타곤에서 열린 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은 당초 2015년 12월로 예정됐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재연기하기로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 합의하였다. 말이 재연기지 작전권 전환의 구체적 시점이 없고, 전환 조건의 막연함(“한국과 동맹국의 결정적인 군사능력이 갖춰지고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할 때")을 생각한다면 사실상 무기한 연기나 다름없는 결정이었다. 그 결과 한국은 전쟁 시 자국 군대의 지휘권을 다른 나라에게 넘겨주는 세계 유일의 국가로 여전히 남게 되었다. 60년이 넘도록 전작권을 되찾지 못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전작권 환수 자체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번 합의에 우리 국민의 자존심은 짓밟히고 말았다. 



훼손된 것은 자존심만이 아니다. 전작권 환수가 연기됨에 따라 2016년까지 평택으로 내려갈 예정이던 한미연합사령부가 현재의 서울 용산기지 위치에, 주한미군 210포병여단 역시 경기 동두천에 잔류케 되었다.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도시개발 사업은 수포로 돌아갔고, 기지 이전 비용은 이제 당초 예상치보다 2배가 넘는 10조원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작권 환수 조건인 ‘결정적인 군사능력’ 확보를 위해 막대한 돈이 무기 구입에 지출되는 것 역시 큰 문제다. 전문가들은 장거리공대지 미사일, 다연장로켓포 등 기본적인 무기 구입으로 40조 가량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에 들어가는 모든 자산을 구비하려면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전작권 환수 조건으로 내세운 ‘역내 안보환경의 안정화’라는 개념이 불러올 안보위기다. ‘역내 안보환경의 안정화’는 이번 SCM에서 처음 거론된 것으로,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반도 내의 상황은 물론 한반도를 벗어난 주변지역의 상황 역시 고려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라는 구호 아래 미국은 대외정책에 있어 중국에 대한 견제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ㆍ미동맹의 이름으로 주창되는 ‘역내 안보환경의 안정화’란 결국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구축에 한국 역시 일본과 함께 동참해야 한다는 뜻과 다름없다. 구체적으로 한미일 군사협정 체결, 미국의 대중국 미사일방어(MD)에 한국 참여,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도입 등으로 인해 한국이 미·일 동맹의 대중국 봉쇄의 전초기지로 전락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사태가 이런데 한국의 국방과 외교를 책임지는 수장들은 당당하기만 하다. 이번 SCM 회의 직전 한민구 국방장관과 함께 방미하여 미국과의 협상에 관여했던 윤병세 외교장관은 매국적ㆍ굴욕적 협상이란 국회의원들의 비판에 맞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는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고 나섰다. 전작권 재연기 합의가 사실상 군사주권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한민구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 문제는 국가주권 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갑자기 통일이 된다거나 (북한의) 비핵화가 된다든지 하면 전작권 전환을 협의할 수 있다”는 황당한 말까지 덧붙여서 말이다. 


1919년 미 대통령에게 한국의 위임통치를 청원했던 이승만은 훗날 그것이 밝혀져 임시정부에서 탄핵되었다. 그의 청원이 당시 우리 민족의 뜻과 그만큼 달랐던 것이다. 오늘에 벌어지고 있는 전작권 환수 연기와 한국군의 대중국 봉쇄전략 참여 역시 마찬가지로 한국 국민들의 바람이 아니다. 군사주권을 포기한 것도 모자라 국가안보를 더 심각한 위기에 빠뜨린 윤병세 외교장관과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지금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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